ARTIST
이 윤 정
Lee Yun Jung
이윤정 작가는일상에서 비롯된 경험을 다시점(多視點)적 시각 언어로 전환하며 회화의 근원적 질문에 응답한다. 무엇을 바라보고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 속에서 반복적인 관찰을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대상을 변형하거나 생략해 회화의 구조를 새롭게 재구성한다. 도시에서의 걷기와 보기라는 행위는 작가에게 사유의 여지를 열어 주며, 이러한 흐름은 화면에 완결되지 않은 이미지로 남아 관람자의 상상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작가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품은 다층적 장면들, 복잡한 도로와 고층 건물, 고궁의 정적, 오래된 시장과 현대적 건축의 공존에서 시간과 장소가 겹쳐지는 순간을 포착한다. 변화가 빠르고 다양한 이야기가 교차하는 도시의 풍경은 작가에게 관찰의 출발점이자 회화적 사유가 발생하는 공간이 된다. 이러한 도시의 시간성과 여백은 작품 속에서 중요한 조형적 단서로 작용하며 서로 다른 시점이 충돌하거나 교차하는 화면 구성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선택된 풍경과 사물, 일상의 장면을 회화적 소재로 다룬다. 사진과 이미지를 참고해 드로잉하고, 크기가 다른 캔버스를 미리 준비한 뒤 구성 단계에서 각 캔버스에 담길 이미지를 결정한다. 하나의 장면이 여러 캔버스로 나뉘거나 다양한 시점이 한 화면에 중첩되며, 이는 다시점적 인식과 시간의 흐름을 한 화면 안에 병치시키는 작가의 방식을 보여준다.
주요 대상을 둘러싼 배경은 여백과 색면으로 정제되어 단순한 평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관찰의 시간과 경험이 층위로 쌓여 있다. 작가는 화면을 분할해 시점 사이의 연결을 느슨하게 하며, 여백을 통해 관람자가 사라진 형상과 포착되지 않은 순간을 스스로 떠올리도록 한다. 정형 캔버스와 변형 캔버스는 이러한 조형적 탐구를 확장시키며 작품 전체의 리듬과 구조를 형성하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최근 작가는 색면을 독립된 조형 요소로 다루며 이를 브리콜라주적 방식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작은 캔버스를 덧붙이거나 발견된 형태를 화면에 도입하는 방식으로 회화의 구조를 새롭게 조합한다. 또한 펠트를 바느질해 만든 조형을 화면 밖 공간에 연결해 장소성과 물성을 확장하며, 회화와 조형, 공간이 교차하는 고유한 시각 언어를 구축해 나간다. 이러한 시도들은 일상의 장면들이 다시점적 구조로 재해석되는 과정을 한층 더 풍부하고 섬세하게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