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김미라
Mi Ra Kim
나는 나만의 정원을 꿈꾼다. 그것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과 감정이 얽힌 기억의 정원이다.
내가 그리는 정원은 과거의 이야기들이 모여 무성하게 자라나는 곳이다. 기억의 잎새와 감정의 잎새들이 겹겹이 쌓여, 마치 식물과 건축이 하나로 얽힌 듯한 풍경을 만든다. 오래된 기둥들이 식물 사이에 서서, 잎새처럼 하늘을 향해 뻗어오른다. 이곳에서는 무엇이 잎이고 무엇이 기둥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다.
이 정원 속을 거닐며, 나는 길게 뻗은 잎끝을 보며 무용수의 손끝을 떠올리고, 잎사이의 작은 공간에 집을 짓는 거미를 보며 내 서사 속에 스며든 다른 이야기를 발견한다. 캔버스 위에 그려진 이 정원은,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상상이 얽힌 복합적인 풍경이다.
이 정원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며, 나의 감정과 기억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나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느끼며, 미래를 상상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져, 나만의 정원이 완성된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경계를 마주한다. 사물과 사물 사이, 나와 세계 사이, 현실과 상상의 틈, 현실과 비현실, 자아와 타자, 자연과 문명, 안과 밖,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삶은 늘 분할과 통합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경계들은 단순한 선이 아니라, 우리의 감각과 인식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구성되는 지형과 같다. 그래서 나의 작업은 늘 그 모호한 경계 위를 걷고, 그 경계들을 겹쳐서 색으로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선들은 흐릿하고, 때로는 투명하며, 때로는 서로를 침투하고 반사하며 새로운 감각의 층을 형성하기도 한다.
작품 속 구조물들은 성스러운, 그리고 오래된 공간의 메타포처럼 보인다. 고딕 양식의 아치형 구조물은 종교적 공간의 숭고함과 침잠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 안을 채운 것은 잎사귀와 빛, 흐릿한 색의 중첩이다. 겹겹이 쌓인 투명한 식물의 형상은, 시간이 남긴 흔적이자 기억의 지층과도 같다.
이러한 구조물은 기억과 정체성의 층위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감각과 사유가 교차하는 지점을 형성한다. 단일한 시점이나 명확한 초점은 사라지고, 시선은 흐르고 겹쳐지며 어느 하나도 고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시각적 장치는 존재의 복합성과 중층성을 상기시키며, 우리가 마주하는 세계가 얼마나 다층적이고 비결정적인지를 은유한다.
‘투영’은 단순한 시각적 반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타자 속에 비친 나, 또는 나의 무의식이 바깥 세계에 흘러나오는 방식이기도 하다. 나는 서로 다른 층위들이 만나고 스며들며 생성되는 다층의 공간을 그리고자 했다. 그것은 감각과 사유가 교차하는 지점, 그리고 관람자 각자의 내면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풍경일지도 모른다.